나의 작업은 내가 어떤 순간 느꼈던 감정, 주로 외로움이나 고독감, 그곳에서 비롯된 공허함과 심지어 조금의 편안함을 작업해오고 있었다. 이 그림은 자연에서의 내가 떠올리는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작업에 담아내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을 꽤 좋아했다. 할아버지와 새벽에 등산한 적도 많았고 아버지의 고향인 거제도에 놀러 간 적도 많았다. 작은고모의 취미가 캠핑이어서 덕분에 가족 단위로 함께 전국의 꽤 많은 산과 강과 바다를 가보았다. 자연에 있으면 고요한 침묵 속에 새소리와 벌레가 바스락거리는 작은 소리와 물소리와 부드러운 바람, 풀 내음 덕분에 눈을 감고 가만히 해먹에 누워있으면 그 자연 속에 동화되는 느낌을 받았었다. 몇 년 후 자연을 보았을 땐 그때와는 사뭇 다른 감정이 새로 생겼다. 여전히 자연은 참 좋았지만, 자연이 보는 나는 외부인 같다는 느낌. 그곳에 있는 나무와 풀과 흙과 바위, 이름 모를 새와 곤충들 벌레들 이미 그들만으로 완벽한데 이질적인 내가 그사이에 억지로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나는 이미 사람들과 함께할 때도 이 유모를 공허함과 정의할 수 없는 불편한 마음이 함께했다. 처음에는 이 감정들 때문에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결국엔 그 감정을 긍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인간으로서 대부분 사람이 가지고 있는 외로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외로운 감정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감정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보통의 것임을 알고 자기 자신의 외로움을 긍정하며 스스로 나아가길 바란다. 내가 작업하고 있는 이유는 내가 나의 감정들을 긍정해 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화면에서 대비되는 표현으로 공간 속 이질감을 나타내려고 연출했다. 제멋대로 자란 듯한 나무줄기나 뿌리들이 정적인 공간에서 외부의 것으로 존재한다. 내가 자연 속에서 외부인이 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