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람은 하나의 세계이고, 두 개의 세계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세계는 변수의 연속이고 긴장과 오류의 산지이다. 그럼에도 세계는 치밀한 설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의 몸과 정신 역시 그 계산 아래에 있다. 우리는 이 계산을 모방하고 현실을 복제하려 수없이 시도하지만, 우리가 만들어가는 가상의 세계에서도 오류는 발생한다. 모태신앙인 나는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쓸 때 잠시나마 하나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이야기는 없었다. 혹시 하나님도 이 세계를 만들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실수가 있진 않을까? 우리 역시 이 시스템의 일부이기에 이를 볼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앞선 작업들에서 대중예술의 연출과 문법을 회화로 가져오던 중 ‘서스펜스’에 흥미를 느꼈다. 서스펜스는 단순히 ‘무섭다’거나 ‘공포’만이 아닌 이를 모두 포괄하는 ‘긴장감’을 의미한다. 두려움을 느끼는 당사자가 아니라 연출가의 입장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서스펜스의 천재로 알려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점프스케어, 롱테이크와 같은 기법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뿐 아니라 컷을 쪼개는 데에도 완급을 조절한다. 작업 속에서 칸칸이 나뉜 화면은 그 틈 사이로 A 같아 보이기도 하고 B라는 또다른 대상 같아 보이기도 하는 인지적 오류를 만들어낸다. 단절되었지만 한편으로 연속성을 띤 칸들은 만화의 연출에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 활용되는 기법이다. 또 한편으로는 다양한 세계관의 경계, 즉 제4의 벽으로써 작용하기도 한다.
SUSPENSE 시리즈는 이러한 개요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우리 모두가 살면서 겪었을 근거없는 공포, 뜬금없는 오싹함, 본능적인 긴장감과 연출을 뒤섞고자 했다.
※ 인스타그램 junakeem에서 「SUSPENSE3 guilotine market」의 oil on canvas 버전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