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에 빠진 하피의 이야기. 작가는 사람의 얼굴과 새의 몸을 가진 인면조(Harpy)를 통해 다양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연재합니다. 하피 시리즈는 모두 상대방과의 사랑을 이야기해서 '하피의 사랑'이 제목인 반면, 시리즈 0번인 이번 작품의 제목은 Loved Harpy(사랑받는 하피) 입니다.
<Loved Harpy>는 사각형의 안쪽과 바깥쪽으로 나뉘는데, 안쪽은 쾌청한 트로피칼 분위기, 바깥쪽은 먹구름이 뒤덮은 비오는 공간으로 대비를 이룹니다. 주인공인 하피는 스스로를 끌어안고 사각형 안에 있는 듯 하지만 색감과 분위기는 바깥쪽에 가깝고 머리도 비에 젖어 보입니다. 두 공간의 괴리를 통해 하피의 자기애적인 모습과 그 상황을 느끼는 하피의 감정이 날씨로 나타납니다. 나르시스트인 하피는 스스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날고 싶은 하늘과 실제 하늘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 합니다.
나르시스트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계속 자신만 바라보다 물에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의 이름에서 유래됩니다.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신을 마주하듯 작품내에서는 지속적으로 서로 마주보고 상호작용 되는 요소가 등장합니다. 뱀과 다람쥐가 서로 마주보고 있고, 비는 내리면서 동시에 하늘로 올라가며, 하피는 거울을 보듯 정면을 응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