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우산, 파란 우산, 노란 우산
고양이 나비는 알록달록한 우산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어요. 이 우산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저 우산을 들었다가 또 내려놓았지요.
“오늘은 어떤 우산을 들고 가는 게 좋을까? 다 괜찮아 보인단 말이야.”
나비가 신고 있는 빨간 장화 옆에 우산을 대 보았어요. 까만 우산도 어울리고, 파란 우산도 잘 어울렸어요. 노란 우산은 말할 것도 없었지요.
나비는 우산을 모두 안아 들었어요. 나비가 말했어요.
“하는 수 없어. 우산을 다 가져가야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돌아가면서 하나씩 펼치면 정말 근사할 거야.”
나비는 그대로 비가 내리는 바깥으로 나갔어요. 그러고는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우산을 펼쳤어요. 까만 우산을 펼쳤다가 접고, 파란 우산을 펼쳤다가 접고, 마지막으로 노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어요.
하지만 나비는 하나도 근사하지 않았어요. 우산들이 너무 무거웠어요. 게다가 우산을 펼치다 팔이 엉켜 버려서 벌써 귀 끝이 젖고 말았지요. 나비가 다시 까만 우산을 펼치면서 중얼거렸어요.
“우산들이 너무 무거워. 다 펼치는 건 어려워. 이를 어쩌면 좋지?”
그때였어요. 저 멀리 날개로 비를 가리고 콩콩 뛰어가는 까치가 보였어요.
나비는 들고 있는 까만 우산과 까치를 번갈아 보았어요. 까만 깃털이 까만 우산과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나비가 까치 옆으로 총총 뛰어가 까만 우산을 내밀었어요.
“이거 쓰세요.”
“고맙구나.”
까만 우산을 받아든 까치가 콩콩 걸어갔어요. 나비는 손이 가벼워졌어요.
그런데 저 멀리서 파란 모자를 쓰고 곰이 걸어가고 있었어요. 느긋이 비를 맞고 있는 곰과 파란 모자가 정말 잘 어울렸어요. 파란 우산도 잘 어울릴 게 분명했죠.
나비가 곰 옆으로 총총 뛰어가 파란 우산을 내밀었어요.
“이거 써요.”
“어머, 고마워라.”
파란 우산을 받아든 곰이 성큼성큼 걸어갔어요. 나비는 또 손이 가벼워졌어요. 그리고 아직 손에 남아 있는 노란 우산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나비가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쳤어요. 어깨에 얹은 노란 우산과 신고 있는 빨간 장화가 아주 근사했지요.
나비는 까치처럼 콩콩 뛰다가, 곰처럼 성큼성큼 걸었어요. 그리고 곧 고양이답게 총총 걸어갔어요. 우산 안에서 기분 좋게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말이에요.